마음의 무장애 길을 걷다. 미평공원에서
- 날짜
- 2025.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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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버스종합터미널에서 300여 미터를 걸으니, 뜻밖의 평온한 공간이 나타났다. 폐선된 철로를 활용한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조성된 미평공원이다. 단순한 산책로가 아닌, 시 그림, 문장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는 이곳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문화공원이었다.
도심 속에서 이렇게 조용하고 아름다운 길을 만난다는 건, 일상에 지친 사람에게 작은 선물 같은 일이었다. 나는 미평공원에서 소라면 덕양리로 역방향으로 걷기로 했다. 걷기 시작점과 끝지점에서의 교통편을 감안한 선택이다. 공원 초입, 시인의 거리에서 시를 감상하고 또 걷다 보면 눈에 띄는 안내판 하나가 시선을 붙잡았다.
“미평공원 무장애(無障礙)존 종합안내도”
처음엔 ‘무장애(無障礙)’라는 말이 단순히 물리적인 장애물만 없다는 뜻인 줄 알았다. 그러나 자세히 읽다 보니, 그것은 더 깊은 의미를 품고 있었다.
공원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무장애 시설을 마련했고, 보행약자 체험 공간을 통해 인식 개선을 유도하고 있었다. 이곳은 단순히 ‘걷는 길’이 아니라 함께 걷는 법을 가르쳐주는 마음의 길이었다.
산책을 계속하며, 문득 요즘 사회를 떠올렸다. 정치적 갈등, 세대 간의 다툼, 지역 간의 편견... 우리 사회는 지금 장애물로 가득하다. 서로의 입장만을 고수하며 진보니 보수니 나누어 다투는 모습은, 결국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의 장애’가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자라온 환경, 교육, 경험, 부모의 가치관에 따라 사고방식이 다르다. 애초에 태어날 때부터 진보적이거나 보수적인 사람은 없다. 단지 어떤 면이 더 강하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래서 어느 한쪽만 옳다고 주장하면, 반대편 시선은 보지 못하는 장애가 생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한참을 걸었다.
장애는 물리적인 것만이 아니다. 마음의 장애가 더 큰 걸림이 된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 이해하려 하지 않는 태도,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시선, 이런 것들이 모여 사회의 분열을 만든다.
하지만 미평공원의 산책로처럼, 마음에도 ‘무장애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스스로의 분노, 슬픔, 비판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마음엔 평화가 찾아온다.
받아들임의 상태에 이르면, 우리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모자람을 눈감아주고, 다름을 껴안는다.
구름이 걷히면 태양이 드러나듯,
마음의 장애가 걷히면 진짜 나의 따뜻함과 평화가 드러난다.
이 산책길은 그렇게 내 안의 무장애를 마주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생각했다.
세상을 바꾸는 건 특별한 힘이 아니라, 나부터 무장애의 마음을 갖는 것이라는 사실을.
감사합니다.
경남 창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