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설

종교적이든 세속적이든, 또는 전국적이든 지방적이든지 간에 축제는 특별한 사회적·심리적 요구들을 충족시키면서 사회의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여수시에서 열리는 축제들 역시 다른 지역 축제와 마찬가지로 여수만의 독특한 문화와 특산물을 자랑하는 측면이 강한데, 이는 곧 문화적 자긍심과 연결됨으로써 축제에 참가하는 여수 지역민들을 심리적으로 결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2006년 11월 여수시는 경쟁력 제고와 지역 특화를 위해 그동안 여수시 전역에서 개최되었던 진남제, 향일암일출제, 영취산진달래축제, 여수국제청소년축제, 거문도·백도 은빛바다축제, 오동도동백꽃축제, 여수생선요리축제, 돌산갓김치축제, 덕양곱창축제 등 9개 축제를 향일암일출제, 영취산진달래축제, 여수거북선축제, 거문도·백도 은빛바다축제로 통폐합하여,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색색의 고운한복을 입은 3명의 여인이 배위에서 축제행사를 하는 모습여수국제범선축제
  • 영취산 중턱에 가득피어있는 분홍빛 진달래 모습영취산진달래축제
  • 사찰지붕아래로 보이는 붉은일출향일암일출제

새해의 소망을 빌다-향일암일출제

매년 12월 31일이 되면 사람들의 마음속은 새해에 대한 소망으로 가득 찬다. 새해 첫날의 해는 그 소망을 마음껏 빌어 보는 매개체이고, 우리는 그렇게 해를 마음속에서, 눈앞에서 띄운다.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 홍연암과 경상남도 남해 금산의 보리암, 경기도 강화의 보문암과 함께 한국의 4대 관음기도처의 하나인 돌산도의 향일암은 ‘해를 향해 있다’는 이름처럼 금방이라도 일출 광경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주며 사람들의 마음을 뛰게 한다. 향일암이 있는 돌산읍 임포마을에서 열리는 향일암일출제는 그래서 매년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힘을 지닌 듯하다.

향일암일출제는 임포마을 주민은 물론이고 가족, 친구, 연인끼리 같이한 관광객들의, 사연은 제각각이나 마음속에 품은 생각을 불덩이같이 떠오르는 해에 비는 것, 그 하나에 모든 것이 맞춰져 있는 축제라고 할 수 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저녁부터 펼쳐지는 국악한마당을 시작으로 일출가요제, 관현악 합주, 촛불의식, 카운트다운, 제야의 종, 불꽃잔치, 댄스페스티발, 가족영화제 등은 새벽을 맞기 위한 전야제 행사이다.

기다림이 길어질 무렵 흥겨운 사물놀이가 새벽을 깨운다. 이어서 돌산향교의 향교장이 일출제례를 지내고 나면 일출 소원 풍선 띄우기, 소원함 띄우기, 덕담 한마당 등의 행사가 펼쳐지고, 오전 8시가 가까워지면 그렇게 열망하던 해가 수평선 너머에서 점점 인기척을 드러낸다. 수평선에 걸려 있던 해가 하늘로 올라가는 찰나 사람들의 탄성은 그칠 줄 모른다.

어느 새 사람들은 두 손을 모아 기도를 드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진기의 셔터 소리도 요란하다. 사람들은 그렇게 새해를 맞고, 오늘의 소망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한 해를 살아가는 것이다. 축제라기보다는 경건한 예배를 드린 것처럼 사람들의 얼굴은 성스러운 환희로 가득 차고, 이제는 다시 각자의 위치로 걸음을 재촉한다.

봄의 기운이 만연한 곳-영취산진달래축제

봄이 되면 꽃을 통해 봄의 새 기운을 맞이하려는 사람들의 ‘지극정성한 의례’가 곳곳에서 벌어진다. 우리나라 3대 진달래 군락지 중의 하나인 영취산(靈鷲山)도 매년 4월 초순경 진달래축제를 열어 그 붉은 기운을 함께 기리고 있다. 흥국사를 옆으로 하고 등산로를 30분 가량 올라와서 보게 되는 영취산 자락은 분홍색 물감을 뿌려 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만개한 진달래꽃이 보는 사람의 탄성을 자아낸다.

진달래꽃밭 사이에서 벌어지는 각종 행사도 관광객들의 발길을 끄는데, 영취산진달래축제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는 산신제와 진달래아가씨 선발대회는 영취산진달래축제의 주축을 이루는 행사이다. 영취산의 산신제는 그 유래가 깊다. 『신동국여지승람』과 『호남여수읍지』를 보면 도솔암과 함께 기우단이 있어 매우 영험이 있다고 하였으며 당시 지방 수령인 순천부사는 국가의 변란이 있을 때 이곳에 올라 산신제를 모셨다. 순천부의 성황사가 1700년대 말까지 진례산에 있었기 때문에 순천부사의 제례의식이 여기에서 행해졌던 것이다. 복군된 후에도 군수, 면장들이 기우제를 모시고 기우시를 남기는 등 조선시대를 거쳐 최근까지 그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다. 산제는 기원하는 대상에 따라서 제단의 위치가 달라지는데, 천제일 경우 산의 정상에서 봉행하고 산신제는 산의 8부 지점에서 제향한다.

진달래아가씨 선발대회는 1994년 2회 축제부터 실시한 세부 행사로 우리 고유의 전통예절을 숭상하고 건강미 넘치는 가장 한국적인 여인상을 정립하는 산상문화행사로 뿌리내리는 데 주 목적을 둔다. 등단한 후보가 자기를 소개하는 기회를 부여해서 용모와 태도 그리고 언어 등 외형적인 만족도를 점검하고, 내면적 만족도 즉 교양면에서도 중점을 두어 판정한다.

이 외에도 진달래꽃길 걷기대회, 퀴즈열전, 무용단과 농악단의 축하공연, 품바공연, 추억의 가요제, 스포츠댄스 및 청소년댄스경연대회 등도 진달래꽃과 한데 어우러져 즐거움을 선사하여 준다. 영취산진달래축제는 봄의 환한 표정이 그 어디에서보다 실감나는 자리이다.

  • 배위에서 사람들이거문도뱃노래를 시연하는모습거문도·백도 은빛바다축제
  • 분홍빛 치마와 푸른빛 한복저고리를 입은 여인들이 무대위에서 공연을 펼치는 모습거문도·백도 은빛바다축제
  • 통제영 길놀이 모습여수거북선대축제 행사

거북선의 고향에서 열리는 여수거북선대축제

여수시에서는 1967년부터 매년 5월에 진남제라는 호국문화제전을 통해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었던 이순신 장군의 구국정신 선양과 호국 충절을 기렸다. 여수거북선대축제는 한때 전국 10대 향토축제 중의 하나로 꼽히던 진남제를 현대적으로 변모시킨 행사로서,

2007년에 진남제·생선요리향토음식큰잔치·돌산갓김치축제·동백가요제를 통합하여 새로 마련한 지역축제의 하나이다.2007년에 열렸던 여수거북선대축제는 여수시가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지로 확정된 상황에서 펼쳐진 축제여서 그런지 더욱 한마음으로 어우러져 축제다운 맛을 만끽할 수 있었다. ‘내 생애 가장 특별한 선택, 여수거북선대축제’라는 슬로건 아래 ‘희망 2012, 힘찬 비상’을 주제로 해양공원 특설무대에서 펼쳐진 개막 축하행사에서 인기가수의 공연과 모듬북공연, 시립국악단 공연 및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주요 행사로는 여수시민회관과 해양공원 일원에서 통제영 길놀이, 삼도수군통제영 둑제, 거북선 만들기와 그리기, 소년이순신장군선발대회, 전국궁도대회 등이 펼쳐졌다. 여수시에 대한 이해와 역사의식 제고를 위한 ‘거북선 출정의 종을 울려라!’에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골든벨 장원을 선정하여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좋은 배움을 제공하였다.

전통 노젓기·맨손으로 장어잡기·임란주먹밥 만들기·전통 줄타기 및 형벌 체험 등의 체험행사와 시민 건강캠프·명언·명시 써주기·캐리커처 길거리 갤러리 등의 부대행사가 이어졌고, 관람 행사로는 호국문화전시관, 2012여수세계박람회 개최를 홍보하는 세계박람회홍보관, 어린이 이동입체영화관이 열렸다. 또한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1호인 「거문도 뱃노래」와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7호인 ‘현천 소동패 놀이’가 시연되어 문화도시 여수를 널리 알렸다.

바다를 그린다-거문도·백도 은빛바다축제

여수항에서 배를 타고 2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거문도는 행정구역상으로는 여수시에 속한 지역이나, 또한 속해 있지 않은 듯 묘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이는 거문도가 얼마 전까지 고흥군에 속했던 섬이어서가 아니라, 그 어딘가에도 예속된 적이 없었을 것 같은 존재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망망대해에 뿌리를 내린 거문도는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고, 향유할 정도로 자신감이 가득 차 있는 섬이다.

자신들의 것을 소중히 할 줄 아는 거문도 사람들이 지켜 이어오고 있는 그 문화적인 것들이 거문도·백도 은빛바다축제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거문도·백도 은빛바다축제는 8월 말에서 9월 초에 걸쳐서 개최되는데, 축제의 주축이 되는 행사는 「거문도 뱃노래」 시연이다. 「거문도 뱃노래」는 여수시 삼산면의 거문도 어민들이 뱃일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이 외에도 떼배타기와 지인망(조냉이) 체험, 횃불 들고 고동잡기 체험 등의 행사는 거문도·백도 은빛바다축제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으로서 관광객들에게 뜻깊은 체험을 제공한다. 부대행사로는 국악단과 연예인 초청 축하공연, 관광객 및 주민노래자랑 등의 공연행사가 펼쳐진다.

세계를 하나로 묶다-여수국제범선축제

여수국제범선축제가 시작되면 여수항에는 평소에는 볼 수 없는 범선들과 해군군함 등이 참가해 레이스를 하고 퍼레이드를 펼치는 것을 볼 수 있다. 2007년 5월에 처음 개최된 여수국제범선축제는 일본 나가사키 항구를 출발해 이틀에 걸쳐 여수 신항에 도착하는 레이스를 시작으로 그 막을 올렸다.

여수 진남관에서 해양공원을 지나 신항으로 가는 시가행진에는 각국 승무원을 비롯하여 609명이 참가하여 관광객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선사하였다. 저녁에 펼쳐진 야외 크루저 환영파티를 통해서 각국 선원들이 함께 친목을 다지는 자리가 마련되었고, 선상시장 환영 리셉션은 러시아 범선 팔라다호의 선상에서 이루어졌다.

다음날 펼쳐진 크루저 레이스에는 30척이, 범선 및 크루저 퍼레이드에는 34척이 참가하여 관람객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이날은 또 국제해양관광도시 선포식도 마련되었고, 축제에 참가한 전 범선이 출항 퍼레이드를 통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주요 행사 이외에도 범선 일반 공개, 범선 승선 체험 등의 시민 참여행사와 더불어 범선사진촬영대회, 범선사생대회, 예술공연단 축하공연, 국제노래마당, 해양영화제, 범장전시, 범선 점등 전시 등의 다채로운 문화·전시 행사도 함께 벌어졌다. 여수국제범선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은 범선으로 인해 세계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경험에 흐뭇해 하였다.

참고문헌

  • 『호남영지 (湖南營誌)』
  • 『호남여수읍지 (湖南麗水邑誌)』
  • 『호좌수영지 (湖左水營誌)』
  • 『이충무공전서 (李忠武公全書)』
  • 진옥, 『호국의 성지 흥국사』 (흥국사, 1989)
  • 이종범 외, 『여수시의 문화유적』 (여수시·조선대학교박물관, 2000)
  • 『문화재도록』 (여수시, 2001)